의사는 한국 사회에서 '선망의 직업'이나 '이상적인 배우자감'을 꼽을 때 빠짐없이 거론된 직종입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의사는 외부의 평가와 본인의 만족도의 차이가 가장 큰 직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H-Link가 만난 많은 분들은 의사가 평생이 보장된 직업이라는 것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 들인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과거 대비 메리트가 크게 떨어졌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십니다.
수치로 살펴볼까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동네병원)의 개업 대비 폐업률은 60.2%에 달합니다. 1959곳이 문을 열었고 1179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병원급 의료기관을 살펴보면 121곳, 문을 닫은 병원급 의료기관은 122곳으로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수가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처럼 개업이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봉직의 자리를 찾는 선생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몰랐던 병원 취업의 비밀 - 병원 편
에서는 '좋은 병원을 알아보는 법'과 '면접 시 주의해야 하는 점'을 병원 인사 담당자를 만나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 인터뷰 당사자의 요청으로 익명으로 진행하였습니다.)
Q. 짧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06년 개원 후 지역거점병원으로 성장한 준종합병원에서 인사를 포함한 행정 전반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대학병원급 의료장비와 시설을 구비하여 진단부터 수술까지 가능한 병원입니다.
Q. 블랙 병원으로 인한 구직자들의 피해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좋은 병원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우선 '좋은 병원'의 기준은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는, 결국엔 의사도 직장인이기 때문에 '문제없이 급여를 지급할 수 있는 안정적인 병원'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아주 현실적인 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병원에 방문하여, 원무과 쪽에 2-30분 정도 앉아 있어 보는 것입니다. 내과 선생님들은 이 방법을 통해 환자가 적은 지, 많은지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외과 선생님들의 경우 간호사에게 직접 '일주일에 수술이 몇 케이스 정도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환자 수가 너무 없는 병원은, 단기적으로는 로딩이 적어서 근무하기 좋게 느껴질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근무하기 어려울 확률이 큽니다.
두 번째로는, '시설 및 근무 조건 등을 자세하게 논의하는 병원' 인지 보아야 합니다.
급여를 네트로 할 것인지, 그로스로 할 것인지, 휴무일에 따라 탄력적으로 급여 조정이 가능한지 등을 입사 전 상세하게 논의하는 병원이 입사 후에도 계약 조건을 잘 지킵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는 행정 책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입사 과정에서 같은 의사끼리만 이야기하길 원하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이 경우 원장님들께 급여 항목의 구성이나 세금 문제 등을 물어보기 어렵고, 실제로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입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나중에 봤더니 원장님이 말한 것과 다르더라'라고 종종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경우도 있겠지만 오해에서 비롯된 케이스가 많습니다.
병원의 시설이나, 근무 조건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행정 책임자입니다. 급여, 근무 조건 등은 행정 책임자를 통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히 체크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려는 병원은 입사를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원장님과는 면접은 앞으로의 비전, 술기를 배울 수 있는지 등 큰 그림을 보는 자리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근무지 위치를 넓게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서울 시내, 30분 이내의 거리 등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접근성이 좋은 병원은 지원자가 몰릴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페이가 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주변에 경쟁 병원이 많아 병원을 오랜 기간 운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출퇴근이 조금 고되더라도, 편도 1시간 - 1시간 30분 정도로 고려의 범위를 넓히면 술기를 배울 수 있는 병원급이 꽤 존재합니다. 또한 이 경우 위치적인 문제 때문에 지원자가 적어, 급여의 기준선이 높고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반대로 병원이 반기지 않는 구직자 유형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후보자는 피한다'는 기준이 있으실까요?
A.
일반 회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직이 너무 잦은 분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술기는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었는데, 레퍼런스를 해보니 3개월마다 병원을 옮겨 다닌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같이 움직이는 헤드헌터가 있었습니다. 당시 채용이 급한 상황이었지만, 3개월 후 또 다른 곳으로 가실 분이기 때문에 채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직하게 일하는 헤드헌터, 후보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면접에서 '하루에 외래 환자가 몇 명인지?', '로딩이 센지?' 등에만 집중하시는 분은 피하는 편입니다.
저희 병원뿐만 아니라, 많은 병원에서 채용 시 실제 수치보다 로딩이 세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일을 많이 하실 분을 뽑고 싶어서가 아니라, 한국 의료 시장이 환자를 많이 볼 각오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을 채용 해 본 결과, 입사 후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시고 스스로도 많이 발전하여 스카우트 혹은 개원으로 떠나신 분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내/외과를 떠나서 장비에 집중한 질문을 합니다. 병원이 어떤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 향후 다른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 등입니다. 합격 후에도 병원에 와서 확인하시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의원은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병원급에서는 이러한 선생님들을 환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봉직 자리를 구하는 선생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A.
술기는 배울 수 있고, 일은 많지 않지만, 급여가 높은 병원을 찾는 선생님들을 많이 봅니다. 특히나 최근의 흐름이 '워라밸'이다 보니, 인터뷰를 보러 오신 분 중에 복부 초음파도 잘하지 못하는 선생님들도 종종 있습니다. 과거의 선생님들과 기본적인 출발선은 다르지 않았겠지만, 편한 병원에서 계속 근무하여 환자를 본 케이스가 부족한 것입니다.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병원에 많은 환자가 있고 그만큼 로딩이 있다는 것입니다.
3년 이상 준종합병원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면 다른 병원에서 높은 급여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거나, 개원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저희 병원 출신 선생님들도 주변에 개원을 많이 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근무하시는 동안 병원의 발전을 위해 기여를 해주셨다고 생각하고, 현재도 협력하며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습니다.
병원급의 좋은 점은 실력과 술기를 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펠로우 마친 후 30대 초중반의 경력을 그런 곳에서 쌓으신다면, 몸값은 한해 한해 쌓여갈 것입니다.
참고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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